30대까지의 사람들에게 보통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중대한 결심을 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 내지는 '돈' 이 아닐까. 젊은 시절에는 꿈이 있어도 당장 회사를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눈앞에 닥친 과업을 처리하느라 자신의 꿈을 덮어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랬다.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난 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당장 일을 해야만 했고, 퇴근 후엔 꿈을 좇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며 젊은 시절을 지나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나만의 꿈은 있었지만 대청소할 때 몇 년에 한번 겨우 열어보는 어린 시절 일기장처럼 그렇게 꿈을 마음속에 덮어두고 살아왔다. 이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엔 어릴 적과 다른 이유로 망설이게 된다. 막막하고 이미 늦어버린 것 같은 서글픈 마음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100세를 24시간에 빗대어 계산하면 1년은 대략 14분 24초. 40세는 오전 9시 36분이 된다. 이제 막 출근해서 한창 열심히 일할 시간이다. 50이나 돼야 비로소 정오, 낮 12시가 된다. 해가 가장 높이 떠오른 12시를 밤 12시처럼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준비 없이 50대가 된 사람들은 60대부터 밤 12시처럼 불을 끄고 '오프 모드'에 들어간다.
본문 47페이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를 100세까지 사는 세대라고 한다. 100세를 하루에 비유하면 50세는 그 반이고 50세까지 살아야만 이제 인생의 반을 걸어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40세는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다.
이 책에서 나는 다른 책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청량음료 같은 명쾌함을 느꼈다. 40세까지는 퍼스트 라이프를 살아가는 때이고, 40세는 두 번째 꿈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인 세컨드 라이프의 서막이라는 부분에서였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아직 젊은 나이이니 도전을 하자는 이야기는 많은 책에서 읽어왔지만 지금 이 현재를 명확하게 콕 짚어서 '세컨드라이프'라고 명명하는 그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스무 살 때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꿈, 일상에 쫓겨 두고 왔던 꿈을 다시 소환하자.
본문 49페이지
먹고살기 바빠 이루지 못했던 나의 꿈... 이제 마흔이 되어 20, 30대에 비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책에서 마흔은 이제 먹고살기 시작할 때이지 자신의 경력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때는 아직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이제 술 먹고 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배우자가 있어 이제는 연애에 돈과 시간을 쓸 일이 없는 지금이 어쩌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나의 꿈과 열정을 위한 소소한 행동들" 중 가장 좋았던 것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두 번째는 아이를 대하듯 나를 대하기.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누구나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한 단어인데, 진지하게 책상 앞에 앉아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사람의 수는 이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의 수의 100분의 1도 안될 것 같다. 자격증 공부를 할 때에도 시험 날까 지의 대략적인 계획을 짜고, 월주간 계획을 짜서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틈틈이 점검을 하곤 하는데 우리는 인생을 대할 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버킷리스트는 스터디 플랜처럼 장단기의 인생 목표를 쓰고 그것을 점검하는 의미의 활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후회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대하듯이 나를 대하라는 말은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나 자신에게만 엄격하게 대하는 습관을 버려라.', '나를 사랑하라.' 이런 기존 조언의 완결편이 아마 '나를 네 아이를 대하듯 하라.'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들은 아이를 키울 때 본능적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엄마들끼리 수다를 떨면서도 아이가 넘어질까 싶어 시선을 떼지 않는다. 아이가 불편해 하면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관심과 애정이 많은 만큼 계속 말을 걸고 칭찬한다.
어른인 나를 키우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인 만큼 들이는 노력과 정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키울 때 처럼 고도의 집중력과 애정,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만큼 나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문 102페이지
이 구절을 읽고 나서 바로 마음을 세팅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일이 생기거나, 고민이 될 때 그런 내가 딸이고 또다른 내가 엄마라면 딸인 나에게 내 자신은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이 생각을 하며 매사를 고민하고 생각하면 금방 내 안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욕하는 것 같을 때, 뭔가 내가 크게 실수 하고 있는 것 같을 때, 내가 나만의 고집에 빠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을 때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 해 주는 이야기를 따르면 혼자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려워보였던 의사결정도 쉬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읽었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과 굳이 비교를 한다면,
그 책의 작가(김혜남)는 큰언니 같고, 이 책의 작가(김미경)는
작은언니 같다고 말하고 싶다.
큰언니는 큰 틀에서 나에게 조언을 주고 생각과 결정에 여유를 주는 반면
작은 언니는 조금 더 디테일한 면을 건드린다.
큰언니는 40은 아직 젊으니 죽는 순간 내가 후회할 만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내마음을 돌보고 주변을 돌보며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될 것인가에 대해 중간점검하는 마음으로 겸허한 40살을 보내라고 이야기 하고
작은 언니는 40은 아직 젊으니 예전의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진짜 나다움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제2의 기회로서의 40살을 살라고 한다.
'한번 뿐인 인생의 의미를 중년의 나이에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자신을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라' 라는 큰 틀은 비슷하지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인생"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강조했다면
'김미경의 마흔수업'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도전"에 관한 글이다.
나는 다른 작가의 자기계발서보다 김미경작가의 책이 매력 있는 이유는
"실천"에 있다고 본다.
다른 책들을 읽으면 '이 사람은 정말 이런 마음으로 매일을 살까?'하는 의구심 같은 것이 들 때가 많은데, 김미경작가는 자신이 이 책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진정성으로는 이 책을 따라갈 책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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