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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당신의 불행을 파시겠습니까"

이태원프리덤@ 2023. 8. 5. 15:37

 지난 화요일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마는 종일 비가 오는 날이지만, 이번 장마는 특이하게도 하루 동안에도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좀처럼 우리가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하게 한다. 이런 날에는 무엇을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자주 받다 보니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날씨가 꿉꿉하다고 해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 뿐이다. 대체로 많은 사람이 날씨에 상관 없이 부지런히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해야만 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먹고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이 공식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칙이다. 단, 이 법칙을 조금 더 유리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집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조건들이 붙어야 한다. 그 조건들이 붙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좋은 일을 통해 큰 돈을 벌면서 진정한 행복을 마음껏 탐닉할 수 있다.

 

 문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오늘 읽은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의 주인공 세린도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살아가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그 행복을 손에 넣는 일은 너무나 요원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책에서 읽은 장마 상점을 찾아 자신의 행복을 손에 넣고 싶었다.

 

 도깨비들이 운영한다는 장마 상점은 책의 제목 그대로 비가 오면 열리는 특별한 상점으로, 세린은 마침내 자신의 사연을 통해 장마 상점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손에 넣으면서 장마 상점에 발을 들인다. 그곳에서 세린은 자신이 가진 불행이 담긴 구슬을 판매한 이후 도깨비들이 판매하는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담긴 구슬을 찾아나선다.

 

 엠마의 헤어 살롱에서는 가고 싶었던 좋은 캠퍼스에 진학한 구슬을, 마타의 서점에서는 취업에 성공한 구슬을, 니콜의 향수 공방에서는 카페를 운영하는 구슬을, 포포의 화원에서는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취업한 구슬을 손에 넣어서 그 구슬에 담긴 행복이 실천되었을 때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짧게 체험해본다. 그 결과 세린은 생각했다.

 

세린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주먹을 손바닥에 내려쳤다. 잇샤가 깜짝 놀라서 침대 빝으로 뛰어내렷다.

"그래, 역시 모든 문제는 돈 때문이었어."

너무 늦게 알아차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진작 구슬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본문 234)

 

 그렇다. 사람이 좋은 대학 캠퍼스에 진학하고 싶은 것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은 것도, 성공한 자영업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은 것도 모두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을 만큼의 돈이 있으면 사람은 반드시 행복하다는 것이 진실이었다. 세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을 읽으면서 세린만이 아니라 많은 독자가 '그렇지, 사람은 돈이 있어야 돼!'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게 돈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세린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 결과, 세린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것을 선택한다.

 

 세린이 선택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불행했다. 세린이 가장 중요한 이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총 322 페이지로 그리고 있는데, 아마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을 넘기고 있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책은 읽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그 꿈과 희망은 '사람에게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라는 결론인데,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사람에게 중요한 건 돈이라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돈만 있어도 삶이 훨씬 여유로울 테니까.

 

 돈이 많아도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을 조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분명히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 책은 <해리포터>와 <지브리>의 감성이 만났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실제로 책을 읽어 본다면 딱 그런 느낌이라 책을 무척 즐겁게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 그래도 이 생활을 평생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돈이 필수 불가결하니… 일단은 돈이다. 제발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 오는 토요일(24일) 추첨이 진행될 로또 제1074회 당첨번호 주인공은 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