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카피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워낙 다양한 형태로 접했던 제목. 정작 이 유명한 제목을 지닌 원작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책의 내용은 뭔지 읽어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겨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와 같이 시작한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것이 무엇일까?”
벌써 시작부터 영원 회귀라는 니체의 사상이 나온다. 뒤이어 바로 영원 회귀 사상의 무거움에 대해 언급하며 파르메니데스가 제기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분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그의 분류 처럼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이 부정적일까?
이어 본격적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사실 이 책이 소설인지 철학책인지 아무 배경없이 제목만 보고 집었던 것이라 이게 소설이라는걸 이 시점에서 처음 깨달았다.) 소설은 “프라하의 봄” 사건이 일어나는 전후 시점쯤의 체코와 스위스를 배경으로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의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그들 사이에 얽히고 엃힌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누군가는 가벼운 사랑을 즐기고, 누군가는 무거운 사랑을 바라고, 누군가는 가벼운 사랑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전혀 “참을 수 없”어 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 처럼 각 인물들이 인식하는 사랑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대비, 더 나아가서 각 인물의 인생, 그리고 그들을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비를 통해 계속적으로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
소설이기도 하고 꽤나 분량이 많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과연 저자 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나의 부족한 내공을 바탕으로 생각해본 내 나름의 결론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서로의 삶과 생각을 존중하고,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모든 것에 충실하고 후회없이 살아가자” 라는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언급을 했는데 이 영원회귀는 무한히 반복되는 삶의 덧없음으로 오해 될 수도 있지만, 실제 니체의 의도는 현재의 불만족이나 비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현재의 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 한다. 바로 이 개념으로 부터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애; 운명을 사랑하라) 라는 니체의 핵심 사상이 나온다. 따라서 저자 밀란 쿤데라가 영원 회귀를 언급한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다. 소설의 후반부에 보면 테레자가 토마시에게 가졌던 각종 의심과 원망이 (비록 바람기가 많은 사람이지만, 결국 나를 위해 가진것을 다 버리고 따라와 주었던 점을 생각하며, 그가 그의 방식으로 나를 진정으로 사랑 했음을 깨닫고) 얼마나 부당했는가를 깨닫고 후회하는 대목도 이러한 내 나름의 결론의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외에 이 책의 주제라고 볼수도 있고 책에서 저자가 던졌던 “가벼움”과 “무거움” 에 대한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이는 결국 “답은 없다”라고 보인다. 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의 인물들의 삶의 방식을 단순히 나열할 뿐 그 무게감의 긍정성/부정성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소설의 6부 “대장정” 파트에 “키치”에 대한 생각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것 같다. 유럽인들의 믿음 이면에는 “이 세계는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모양으로 창조되었” 다는 근본적인 믿음이 있는데 이를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라고 하고, 이를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것이 “키치” 라고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것은 마땅히 이래야만 한다거나 저래야만 한다고 하는 소위 “키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데, 이 부분을 통해서도 왜 저자가 가벼움/무거움에 대한 가치판단을 미루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어떤 쪽을 선택할 지는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토마시의 권유로 자살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보내진 테레사의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
위에 다룬 내용 외에도 너무나 생각해볼 부분도 많고, 다룬 내용들도 좀더 깊숙히 생각해볼 부분이 많지만 아직 나의 내공이 그만큼 다루기까지 다다르진 못한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의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인지라 추후에 좀더 내공이 쌓인 뒤에 또 읽어보고 그때의 나의 감상은 어떤지 비교를 해 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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